2019년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핵심 소재 수출을 개별 허가로 전환하면서 한국 기업은 공정 차질 위험과 거래비용이 급등하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불화수소 국산화에 나선 벤처기업 솔브레인(옛 테크노세미켐)이 대체 공급사로 주목받아 기술주권의 상징이 됐다.
불과 몇 년 전 상황이지만 우리나라가 기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해 산업과 경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됐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기술주권이란 국가가 자국의 복지, 경쟁력, 행동 능력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일방적·구조적 의존 없이 다른 경제 영역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릴짱 정의된다. 2021년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독일 폭스바겐 츠비카우 공장이 일시 중단되는 등 유럽 완성차의 감산과 라인 중단 등 타격을 입었던 경험도 기술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인터넷, 이동통신, 포털, 인공지능(AI 황금성슬롯 )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차세대 딥테크 영역인 우주항공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 역할을 했다. 올해 대한민국 벤처 30주년을 맞아 벤처기업협회가 기업가정신학회 창립회장인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과 함께 한국 벤처의 성장과 발전을 분석하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C2면
30년을 되짚어보면 골드몽릴게임 1995년 이전 인프라 구축기엔 대기업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혁신 선도자 역할을 하는 벤처기업이 일부 등장했다. 1981년 국내 최초 상용 PC를 개발해 1988년 세계 2위 PC 수출국으로 이끌었던 삼보컴퓨터와 1998년 국내 최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한 두루넷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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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권 기반기라 할 수 있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는 앞서 구축한 인프라에 소재·부품·장비, SW, 인터넷 포털 분야 국산화를 추진해 공급망 독립성과 대기업의 생산역량을 토대로 마련했다. 반도체 증착장비(CVD)를 국산화하고 세계 최초로 D램 커패시터용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양산 릴게임방법 한 주성엔지니어링과 다이본더 등 후공정 핵심 장비를 국산화한 한미반도체, 일본이 독점하던 반도체 감광액 시장에 도전하고 이후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재 전반으로 확장한 동진쎄미켐을 들 수 있다. 마침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 때 쏠리드와 다산네트웍스, KMW 등이 통신망 자립을 이끈 주역이었다.
이후 2006년부터 2015년까지는 기술주권 심화기로 규정된다. 대기업의 OLED, 2차전지 등 신산업 진출에 따라 솔브레인 등 벤처기업도 함께 공진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는 시기로 SW 분야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운영체제(OS) 등 원천기술 분야 국산화가 이뤄져 1세대 벤처기업 일부는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기간산업용 SW 국산화에 도전했던 티맥스소프트, 민간 중형 위성 등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 쎄트렉아이가 맹활약했다.
가장 최근 10년(2016~2025년)은 기술주권 도약기로 꼽힌다. 대기업 공진화를 거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표준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거나 글로벌 기술 표준의 대안기술을 제안하는 등 우리나라 기술주권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했다. AI 시대에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로 AI 기술 자립 생태계 구축에 나선 업스테이지,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항할 신경망처리장치(NPU·딥러닝 연산에 특화되고 전력 소모가 낮음) 칩으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참여하는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있다.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솔루션 기업 루닛과 한국 최초의 민간 우주 발사체 개발벤처 이노스페이스는 글로벌 확장에 나섰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LG생명과학 출신 연구인력들이 나와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펩트론 등을 창업해 신약 개발 기술 이전 등 K바이오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벤처기업은 이처럼 핵심 분야 공급망이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도록 핵심 소재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고 대안적 SW와 플랫폼을 제공해 국가의 회복 탄력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강신형 충남대 교수는 앞으로 기술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속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자본, 인재, 제도, 시장, 문화 측면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자본 측면에서는 기술창업 초기 단계부터 전 주기적 자금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술혁신 사업화를 촉진하고 고위험 연구개발(R&D)에도 민간자본의 활발한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세계 시장을 노리는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가 쉬워져야 한다. 인재 유입을 위해서는 대학·대학원에서 첨단산업 수요에 맞춘 이공계 교육과 산학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해외 우수 인재와 교포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또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우호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 신산업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부처 간 협업이 일어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해야 하며 핵심 소재·부품·장비 등을 전략물자로 지정해 자국 공급망을 보호하고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시장 측면에서는 내수 시장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수용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과 연계가 중요하다. 스마트 시티와 AI 시범사업 등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초기 시장을 만드는 방법이 있고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적극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해 혁신제품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아울러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해 창의적 모험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한나 선임기자 정리]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