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보은의 계절이다. 대추가 영글고 속리산이 물든다. 그래서 보은은 가을의 고장이기도 하다. 수확과 관광이 충북 보은군 경제활동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제 보은은 사계절 활기찬 '도시형 농촌'을 꿈꾼다. 새로 생길 '보은역'이 그 중심이 될 거라는 게 초선인 최재형 보은군수의 확신이다.

"대추와 속리산이 전부라고요? 지금은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철도가 생기면 달라질 겁니다. 승용차가 배출하는 탄소와 교통 혼잡을 생각하면, 철도 중심의 접근이 훨씬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보은 관광의 스케일과 품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건 물론이고요. 농촌 보은이 도시처럼 젊어질 수 있죠."




체리마스터
최재형 보은군수./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보은역 유치에 '올인'한 이유
지난달 만난 최재형 군수는 '청주공항~보은~김천' 철도 노선 유치에 몰두해 있었다. 스스로도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말할 만큼이다. 이 노선은 수도권에서 청주공항을 거쳐 경부선·남부내륙선을삼일제약 주식
직접 연결하는 축을 만드는 사업이다. 올 연말 발표가 예정된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 노선이 담기느냐가 관건이다.▷관련기사: [교통시대]"청주공항~보은~김천 철도, 한반도 허리 잇는다"(9월1일)
그는 먼저 철도 개통이 단풍철과 같은 성수기 교통 문제를 덜고, 전국 단위의 대형 행사 유치로 내륙 농촌이 균형발전 하는 데도 유리하다한국프랜지 주식
고 강조한다. 승용차와 버스가 유발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역에서 속리산 등 주요 거점까지 전용 셔틀을 운영하면 편리하고 환경친화적인 이동 체계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당일치기 증가로 속리산 근처 숙박업계에서 이용객 감소에 대한 우려를 보내지 않겠냐는 지적에는 "방문객이 10명일 때와 100명일 때는 완전히 다르다"며 "체류형 콘텐츠사께다전법
와 숙박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로 군민들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청주공항~보은~김천 철도 노선도./자료=충북도 제공


최근 휴양 수요의 경향이 바닷가 중심에서 트레킹·캠핑·'멍때리기' 등 숲으로 이동유나이티드제약 주식
중인 점에도 그는 주목했다. 속리산을 종종 왔다는 기자에게 법주사와 세심정을 잇는 "세조길을 걸어봤냐"고 묻는 최 군수는 속리산 국립공원 일대의 해설·전시, 체험형 프로그램 고도화도 보은 발전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했다.
그는 철도와 함께 '볼거리와 경험' 중심의 소프트 콘텐츠를 늘리고, 가족 단위가 머물 수 있는 체험 코스를 촘촘히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자작나무숲, 테마 산책로, '포토스팟' 같은 경로 기반 체험을 예로 들었다. 
또 최근 방문객은 20~40대 백패킹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위한 △라이트 백패킹 코스 △야간 프로그램 △지역 미식 결합 코스 등 '큐레이션된 동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기왕이면 잘 갖춘 장소를 프로모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철도 유치와 함께 질 높은 거점 발굴과 집중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구소멸 위기에서 '도시형 농촌'으로
매년 대추축제를 여는 보은인 만큼 특산품 대추에 대한 최 군수의 자부심 역시 대단했다. "다른 지역 대추는 (나무를) 털어서 수확한다지만, 보은은 하나하나 따야 할 정도로 과실이 크고 알차다. 알이 큰 상품은 가격도 높지만 가장 먼저 다 팔리곤 한다"고 말했다. '대추는 달콤, 보은은 웰컴'을 구호로 삼은 올해 보은대추축제는 이달 17일부터 열흘간 열린다.
그러나 가을 대추만으로는 지역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보은은 올해 말 인구 3만명 붕괴가 예측되는 인구소멸 위기지역이다. 그래서 제3 보은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산업·정주 공간을 확충해 중장기적으로 인구를 늘리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글로벌 등 대기업이 사업지를 두고 있지만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기는 기업도 생활여건도 아직 부족하다. 



최재형 보은군수./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 군수는 "젊은 가족이 이주해도 교육·보육·여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착이 어렵다"며 "군내에 어린이공원, 실내놀이·휴식 공간, 온라인 멘토링 등 도시에 준하는 기본 여건을 갖추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역 기업은 인력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산단 조성과 기반시설 마련은 물론,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해 주거·생활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보은의 기업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원·스포츠파크와 같은 저비용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일상 여가 인프라는 그가 꼽는 보은의 강점. 그는 낡은 유스호스텔에서 리모델링해 꾸며진 연수시설 '속리산포레스트' 사례를 들었다. 숙소·회의공간·네트워크 등이 잘 갖춰지면 기업의 워케이션(일+휴가)이나 단체 행사 등의 연중 유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은에 새로 정착한 사람들의 일상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내륙철도 건설은 단순히 숫자로 계산되고 경제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역 생존과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라며 "보은뿐만 아니라 중부내륙권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역 공동체를 지켜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은은 지난해 말 철도 유치를 위한 '범군민 10만 서명운동'을 시작해 석달여 만에 이를 달성하고 국토교통부에 서명부를 전달했다. 최 군수는 "철도와 셔틀을 엮은 친환경 교통, 숲과 체험 중심의 콘텐츠, 20~40대 맞춤 큐레이션, 그리고 젊은 가족이 살 수 있는 정주 생태계. 이 4가지가 맞물릴 때 보은의 관광과 지역경제가 함께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형 보은군수./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재형 보은군수는

1964년 보은 삼승면에서 태어나 보은중, 보은고를 나왔다. 충청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보은군 탄부면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탄부면장, 군 행정과장, 군 기획감사실장, 보은읍장을 지냈다. 2021년 정년을 3년 남기고 퇴임한 뒤 2022년 보은군수로 당선돼 군정 3년차를 이어가고 있다.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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