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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 울산 한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 공간. ⓒ연합뉴스
“고기 100㎏을 볶으려면 삽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조리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땀이 한 번도 마르지 않는다. 여름에는 픽픽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봄에 만났던 10년차 조리실무사 정성미 씨의 말이다. 그는 경남지역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지만, 때때로 울먹임을 삼켰다. 그가 전한 현실은 참혹하다. 동료WTS
장화 속으로 100도가 넘는 끓는 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심한 화상을 입고 피부 이식 수술을 수차례 받았다. 자신 역시 만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병원을 찾지만, 의사에게서 돌아온 처방은 “그만두시면 낫는다”는 서글픈 말이었다.
비극은 통계로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국의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오리지널 바다이야기
는 7411건이다. 2020년 700여 건에서 2024년 2100여 건으로 3배나 폭증했다.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학교급식 종사자 213명이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했고, 178명이 승인됐다. 고온 기름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조리흄'을 흡입하는 조리실무사들은 폐암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 위험성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최근 몇년새 급식실제이티 주식
에 환기시설을 개선해가는 추세다.
정부는 최근 조리실무사의 폐암 산재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지난 8월28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고 발암물질 '조리흄'에 노출돼 폐암으로 숨진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의 순직 신청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순직 인정 불과 3주 만에 충북에서 또 다른 조리실무사가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으로 부산방직 주식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이로써 지금까지 폐암으로 사망한 조리실무사는 확인된 이들만 15명이다.
충북지역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지 불과 며칠 후 조선일보는 <“튀김 안 해” “설거지 많다” 계속 느는 급식 파업(9월 27일)>이란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은 '교육계 목소리'라며 익명에 기대 “학생 끼니를 볼모로동진쎄미켐 주식
매년 파업을 벌이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라고 전했다. 익명의 맘카페 게시글도 인용했다. 정작 당사자인 조리실무사의 목소리는 단 한마디도 싣지 않았다. 조리실무사들의 총파업 이유를 '튀김 안 해', '설거지 많다'라고 축약할 수 있일까.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만을 강조하며 “국민적 공감”이라는 말로 파업을 비난 혹은 비판하는 여론에 언론이 올라타는 모양새다. 언론은 반목하는 공동체 구성원을 마주앉혀서 대화의 물꼬를 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생명을 담보로 한 급식실 노동이지만 임금은 최저 수준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평균 신규채용 미달률은 29.1%를 기록했다. 입사한 지 3개월 이내 퇴사한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5.6%였고, 6개월 이내 퇴사율도 7.1%였다. 급식 현장에서는 최소인력만 겨우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 연차도 맘 편히 쓸 수 없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쉬어야 할 때 쉴 수 없으니 산재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 7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재해가 빈번한 이유는 명백하다. 개인의 부주의나 불의의 사고로 치부했던 과거, 그리고 무관심 탓이다. 행정과 정치는 '어쩔 수 없다'는 은연중의 인식에 기대어 근본적인 해결을 미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 관련해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해야 할 국가와 교육 당국이 책임을 외면해왔다. 그간 조리실무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밥을 지어왔다.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던 정성미 조리실무사는 자녀들에게 “엄마는 힘들게 일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하고 있고, 이 속에서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성미 씨는 참혹한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직업인으로서의 보람을 간직한 채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로 마음먹은 듯 보였다. 아이들의 따뜻한 한 끼가 누군가의 자부심을 꺾어내고 생명을 갉아먹는 대가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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