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상 소설가


지난주에 거제로 여행을 떠났다. 지인을 만나러 간 것이었는데 인연이 닿아 오일장이 열리는 거제의 한 동네에서 북 토크도 하게 되었다. 행사일이 다가올수록 걱정과 함께 설렘이 커졌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북 토크를 해본 경험상 생각보다 먼 거리에서 오는 독자들이 많았고 모임을 귀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이고 열정 어린 질문과 반응이 많았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작가와 독자의 노력을 넘어서는 특별한 분위기가 저절로 조성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따뜻하고 가슴속이 가득 황금성슬롯 찼다.
거리가 먼 곳으로 행사를 하러 가면 되도록 당일치기를 하지 않고 묵고 오는데, 이번에는 꽤 길게 머물렀기에 초대해준 책방과 거제에 대해 평소보다 살필 기회가 있었다. 그래 봐야 피상적인 탐색에 불과하겠지만 상관없다. 나에게 여행이 흥미로운 까닭은 여행지에 대해 빠삭해져서가 아니라 그곳을 궁금해 할 계기를 얻어 오기 때문이다. 오늘 릴게임무료 아침에도 서울과 함께 거제의 날씨를 검색하고, 둘의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하며, 거제 관련 신문 기사를 찾아보았다. 여행의 즐거움은 모르는 것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앎을 향한 시동이 걸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초대해준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일도 무척 좋아한다. 독립서점마다 특별한 책을 비치해 놓는 경우가 있다. 현지 음식처럼 현지 책이 바다이야기APK 랄까. 이번에는 지역의 어린이 작가들이 만든 그림책을 사 왔다. '어린이 그림책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책으로, 저자 인세가 무려 정가의 80%라고 한다! 책이 1만원이면 8000원을 가져간다니, 작가들이 서점 측에 자기 책 팔렸느냐고 물어볼 만하다.
때로 책 자체보다 깊은 인상을 받는 것은 독립서점들 고유의 기획이다. 기획의 결과물 사이다쿨접속방법 뿐 아니라 기획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각종 신청서와 예산안 같은 딱딱한 문서에서, 만남을 통해 전해 들은 후일담에서,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후기에서, 기획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었음을 느낀다. 틀을 깨는 아이디어와 작지만 단단한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진지함을 읽는다. 내 멋대로의 상상이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되어 본 이들은 바다신2릴게임 이제까지와 다른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책으로 묶고 출간을 축하하고 인세를 받는 과정을 통해 창작이 다르게 발산되지 않을까. 그것이 즐거울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다른 의미망에 속해 보는 일은 우리를 확장시킨다. 새로운 의미 그물의 덧씌움이 곳곳의 독립서점, 동네책방들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소규모 서점들은 언제나 책을 파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다. 함께 읽기도 그중 하나다. 내가 갔던 곳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함께 낭독하는 책 모임이 있었다. 북 토크 때에도 어떤 분이 호메로스를 멋지게 인용하였다.
책방 사장님은 노벨 문학상도 함께 모여 읽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이의 책장에 꽂혀 있지만 익숙하지 않아 혼자 읽기 어려운 책들을 완독하든 손때로 앞부분만 검게 물들이든 함께 읽어 연결을 만들어내는 일, 책을 중간 다리 삼아 나 자신과도 연결되고 서로와도 연결되는 순간을 상상하면 책의 운명으로 그보다 좋은 것이 없겠다 싶다.
[이미상 소설가]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