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정윤경 기자)
2024년 12월3일, 시민들이 불법계엄에 맞섰다. 정지된 민주주의를 맨몸으로 지키겠다고 나선 시민들의 용기와 결심이 모였고, 그렇게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는 다시금 바로 세워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끝인 걸까. 모든 것은 원점으로, 정상으로 돌아간 것일까. 불법계엄의 명분으로 내세워졌던 부정선거 음모론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퇴출됐을까. 음모론은 여전히 힘이 세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는 데서 시작한다. 음모론은 어떻게 불법계엄을 잉태했고,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뒤흔들었을까. 야마토릴게임 《시사저널》은 12·3 불법계엄 1주년을 맞아, 계엄의 뿌리로 작동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검증완료릴게임 위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정선거 음모론은 끝내 권력의 심장부까지 파고들었다.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표면적으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전산시스템 점검을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판단의 저변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를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통해 확산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현직 대통령의 인식 속으로 침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취재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수시로 공유됐고, 수석비서관급 회의 석 바다이야기게임 상에서는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유튜브 클릭 수를 먹고 자란 근거 없는 의혹들은 대통령의 인식을 점차 잠식했고, 결국 국정 판단의 회로로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계엄은 시민들의 저항으로 무산됐지만, 그 계엄을 잉태한 음모론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정치적 분노를 자양분으로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삼은 음모론은 지금도 수익을 낳는 콘텐츠로 소비되고, 믿음을 가장한 불신의 언어로 확산하고 있다. 관심이 곧 수익이 되는 이 구조 속에서 음모론은 언제든 다시 현실을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11월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도로변에 부정선거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 연합뉴스


극우 유튜버 주장과 판박이었던 尹의 논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유튜브'광(狂)'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한 참모는 사석에서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참모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수석급이 극우 유튜버의 영상을 올리면 ''회장님(윤 전 대통령의 별칭)이 시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해당 영상 대부분은 부정선거 음모론 등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극우 유튜버의 일방적 주장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 참모들의 증언이다.
윤 전 대통령의 '유튜브 사랑'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았다. 2023년 5월24일부터 30일까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이 이뤄지던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워싱턴 선언'을 공동 발표했으며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 연설을 준비 중이었다. 그 바쁜 외교 일정 속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한 번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부정선거와 관련 논의는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사전투표율과 관련한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예를 들어 '사전투표함까지 열었는데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게 지역 구도상 가능한 일인가'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고르게 비슷하게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임기가 6년이라 다음 대선도 불리한 토대에서 치를 수 있다'는 식의 우려가 회의 도중 종종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정황은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부정선거가 최대 국정 문란 상황이었다"며 그 배후로 중국과 북한을 지목했다. 이 주장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놀랍도록 닮았다. 전광훈씨는 유튜브 채널 '전광훈TV'에서 "중국과 북한이 선관위를 가지고 논다 하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발언했다. 유튜버 이봉규씨 역시 '이봉규TV'에서 "부정선거는 중국과의 연관이 있었다고 그전부터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며 "이게 사실로 드러나는 장면이 아닌가 이렇게 추측이 된다"고 했다.
이른바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12345' 비밀번호 의혹 역시 극우 유튜버들이 강조해 온 핵심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담화에서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며 "시스템 보안 관리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의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회사였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하루 전날 황교안 전 총리와 함께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박주현 변호사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한 발언의 맥락과 비슷하다. 박 변호사는 "'12345' 비밀번호의 비밀은 중국이었다. 중국이 열어줬다는 얘기"라며 "그리고 중앙정부인 중국 공산당과 지방정부인 한국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월30일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신촌동사전투표소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제든지 부정선거 음모론에 다시 노출될 수 있어"
부정선거 음모론은 계엄령 해제와 함께 사그라드는 듯했으나 그 불씨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의뢰로 지난 10월14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제22대 총선과 제21대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30%에 달했다. 특히 18~29세 남성(49%)과 매우 보수 성향 응답자(70%)에서 공감 비율이 두드러졌다.
22대 총선 자체를 '부정선거'로 인식하는 시선도 여전히 적지 않다. 시사I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조사'(2024년 6월 기준)에서, 응답자의 21%가 '22대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답했다. 같은 기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전인 2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동일한 질문을 던졌는데 27%가 '그렇다'고 응답한 바 있다. 4개월 사이 6%포인트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2~3명꼴로 부정선거를 믿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살아남은 부정선거론은 민주주의의 뿌리인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과 청년층 일부를 동시에 겨냥하는 유튜브 기반의 음모론 콘텐츠는 유권자들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모양새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성환씨(70대)는 "매일 아침 지인들로부터 부정선거 음모론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받는다"며 "처음엔 정말 그런 줄 알고 믿었는데, 어느 날 딸 부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해줘서 그제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가장 많이 넘어간 세대가 2070(20대와 70대)이란 점은 한국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종족주의적 반일이나 이념적 반미만큼 나쁘다"고 비판했다.
쇼츠 같은 '작은 확성기'가 유권자 인식 교란시켜
이제 부정선거 음모론은 더 은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네이버 밴드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조용히 퍼지며 영상 콘텐츠 형식도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의 릴스, 자막형 밈, 카드뉴스 등 더 다양해졌다. 일부는 AI 도구를 활용해 자동 생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작고 분산된 '확성기'들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여전히 일부 유권자의 인식을 교란하고 온라인 여론을 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기반 음모론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튜브는 즉시성과 저비용, 규제 회피성을 갖춘 플랫폼으로 기존 언론과 달리 검증 장치나 윤리적 책임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확증편향에 기반한 고정 팬층이 존재하고, 알고리즘은 지금도 자극적인 콘텐츠에 더 많은 노출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정치 유튜버가 언제든지 다시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내 들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대법원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유튜브의 역할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우 유튜버들이 정치적 선동을 통해 조회수를 끌어 올리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자극적일수록 조회수가 올라가고, 그만큼 돈이 되니 계속해서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런 콘텐츠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시청자들은 점점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다"며 "결국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처럼 왜곡된 믿음을 강화하게 되고, 합리적 판단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일부 유권자들은 언제든지 부정선거 음모론에 다시 노출되고 동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