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남 문화선임기자


일본의 전통 연극이라는 것만 들어봤을 뿐 가부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지만, 영화 ‘국보’를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게 된다. 가문의 혈통과 세습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라는 점이다. 주인공 키쿠오는 이런 세계의 이방인. 전혀 다른 집안 출신인 그는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잃고 16세 나이에 가부키 명문가의 제자가 된다. 그를 받아들인 가문에는 마침 그와 동갑인 아들 슌스케가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낸다고, 매사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키쿠오의 재능이 태어날 때부터 가부키가 운명인 슌스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건 게임몰 ,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한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둘의 관계를 재능과 혈통의 대결이자 경쟁 구도로만 전하기가 망설여진다. 두 사람은 나이도 같은 데다 한집에 살면서 날마다 혹독한 훈련과 연습을 함께 해왔다. 피를 나눈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 누구보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서로의 존재, 둘의 콤비는 나란히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스타덤에 오르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



영화 ‘국보’. [사진 NEW]


그럼에도 함께 고루 빛나는 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수십 년 세월에 걸쳐 영화가 그려내는 이들의 삶은 크고 작은 무대가, 화려한 영광과 처 바다이야기고래 절한 나락이 각자에게 교차한다. 그런 순간을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두 사람의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좋든 싫든 무대 위의 삶, 다시 말해 예술 그 자체가 아닐까. 악마와 거래를 해서라도 최고의 가부키 배우가 되겠다는 키쿠오의 말은 이후의 삶을 돌아볼수록 처연하게 다가온다.
널리 알려진 대로 ‘국보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는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작품. 일본 극장가에서는 최근 드디어 역대 실사영화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라섰다.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가 세운 기록을 무려 22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라는 점도 놀랍다. 알다시피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 애니메이션과 외화까지 합하면 ‘국보’는 역대 흥행순위 11위쯤이라고 한다. 올해 일본 알라딘게임 에서는 애니메이션 역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같은 초대형 흥행작이 나왔다.
이런 활력을 보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올해 한국 극장가의 연간 관람객 수는 잘해야 1억 명을 넘을 듯하다. 2억 명을 훌쩍 넘었던 연간 관객 수는 팬데믹의 타격으로 급감했다가 다시 늘었다고 해도,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는 천만영화 역시 그림자도 안 보인다. 지금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 관객 수는 500만 명 대에 머문다. 일본과 한국 영화계가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듯, 일본 극장가를 살펴본다고 우리에게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부럽다기보다는 한국 영화계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