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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가득한 추수 현장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린 10월의 어느 날,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들녘엔 이른 아침부터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이 일 상가전세금담보대출 렁이는 이곳은 지역 농민 금창영 씨(54)가 운영하는 홍성 자연농학교 경작지다. 이날은 자연농학교가 올해 2월 시작한 벼농사 체험 교육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날이다. 푸릇푸릇한 풀 냄새와 촉촉한 흙냄새가 풍기는 논에서 금씨가 하루 일정을 간단히 소개했다.
“낫으로 벼를 벤 다음 거치대에 널면 됩니다. 낫에 다치지 않도 학자금대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사유 록 각별히 주의해서 작업하세요. 이미 베어놓아 다 마른 벼는 호롱기로 탈곡할 겁니다. 이상이 오늘의 과업이에요.”
일본 나라현 우다시에 있는 가와구치 요시카즈 씨의 ‘아카메 자연농학교’를 모델로 2016년 문을 연 홍성 자연농학교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자연농이란 땅에 채권형펀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의 순환 원리로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경운하지 않고(무경운), 비료·농약을 투입하지 않으며(무투입), 풀과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공생)는 ‘3가지 원칙’의 농법이다.
금씨는 2007년 서울에서 홍성으로 귀농하면서 한때는 유기농으로 약 2.64㏊(8000평) 규모의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좀 더 한국대부금융협회 원칙적인 농법을 지향하게 되면서 유기농법 안에서도 한 단계 높은 단계에 속하는 자연농에 도전했다. 자신의 농지 일부를 자연농으로 전환한 것.
그는 이 자연농 농지 일부를 해마다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분양하고 있다. 자연농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더 성숙해지는 길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매달 첫째 주 자연농 수업을 햇살론대환대출 진행, 분양받은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가을에 수확한 농산물은 각자 가져간다.
“첫해 9명에게 분양했는데, 해가 갈수록 늘어서 올해는 37명이 참여했어요. 한 가지 주목되는 변화는 사람들이 분양받으려는 농지 규모가 165㎡(50평) 정도에서 최근 16㎡(5평)~33㎡(10평)로 작아졌다는 거예요. 연령대도 어려지고요. 농사를 통한 경제성이나 생산성보다는 생태적 신념과 가치관, 생태 감수성이 중요해지면서 생긴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자연 속에 포함된 인간의 존재
아침 10시, 본격적인 벼 수확이 시작됐다. 각자 낫을 들고 논으로 향했다. 참여자들의 낫질이 이어지면서 누런 볏단이 거치대에 하나둘씩 쌓여갔다. 논바닥엔 초록색 풀들이 잔디처럼 자라 있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에 보이는 풍경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벼를 베는 이김선희 씨(53)는 올해로 4번째 수확을 맞았다. 가까이서 보니 벼를 베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쓱싹’ 하고 나니 깨끗이 잘린 벼 밑동만 남는다.
이김선희 씨. 벼를 수확하며 가을을 즐기는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연과 내가 먹거리로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초제도 안 뿌리고, 비료도 안 쳤는데 일반 벼 못지않게 분얼이 잘되었어요. 한 곳에 2~3개 심은 모가 20개 정도로 늘어난 거죠. 10년 동안 자연농으로 가꾼 땅이라 그래요. 벌레의 사체, 풀뿌리가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데, 그것들이 10년 동안 축적되면서 지력이 아주 좋아졌어요.”
오늘날 그가 느끼는 수확의 기쁨은 4년 전 이곳에서 처음 농사를 하던 한여름의 뙤약볕에서 싹텄다고 한다.
“해가 머리 위로 떠 있는 정오 무렵이었는데 혼자 김을 매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20대부터 간절하던 꿈을 이곳에서 이룬 건데 막상 농사일을 하면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한 거 맞아?’ 하는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풀과 벌레, 벼, 뜨거운 해와 함께 숨 쉬는 듯한 명상 같은 순간을 맞았어요. 커다란 지구에 비하면 작은 점과 같은 이 공간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충만감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농사를 짓는 거예요.”
그의 권유에 벼줄기에서 벼 한 알을 떼어 껍질을 까서 맛을 봤다. 아직 수분이 많아 무른 상태지만, 수확과 탈곡을 거쳐 도정을 하고 나면 내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질 쌀이 될 터. 직접 농사를 짓고부터는 쌀알이 물에 씻기는 게 아까울 정도라는 그의 말에서 농사의 보람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참여자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귀뚜라미·여치 같은 풀벌레가 폴짝폴짝 얼굴 위로 뛰어오른다. 평소 벌레라면 치를 떨던 기자도, 요 작은 생명체들이 농사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친숙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함께 벼를 베던 참여자들이 각자의 속도대로 볏단을 쌓고 있다.
유진우 씨.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금씨가 ‘올해의 수확왕’이라고 소개하는 경기 화성에서 온 윤혜화 씨(62)다. 그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다. 지난해 홍성으로 귀촌한 아들이 자신의 논을 꼼꼼히 관리해준 덕분에 이곳에서 7년간 농사를 지은 이래 최고 풍년을 맞았다고. 하지만 많이 수확하면 더 많이 뿌듯할 거란 기자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좋은 게 농사일 아닐까요. 농작물 하나하나가 자신의 생명력을 펼친 결과물이잖아요. 내년부턴 공동 작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함께 하는 보람을 더 많이 느끼고 싶어요.”
야생적인 즐거움이 있는 취미생활
농사는 논을 일구는 이들의 마음밭도 바꾸어놓는 모양이다. 단지 기술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자연의 지혜를 따르는 일이 농사임을, 올 한 해 농사에 참여한 젊은 세대를 통해 실감했다. 논 곳곳을 오가다 보니 어느새 신발에 흙이 잔뜩 묻었다. 논 끝자락에서 바지를 걷어붙이고 맨발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유진우 씨(38)에게 자연히 눈이 갔다. 그에게 벼농사는 ‘야생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취미생활이다.
“흙이랑 풀 냄새 맡으면서 메뚜기랑 개구리를 만나는 취미가 세상에 농사 말고 또 있을까요. 농사를 통해 작물의 생육이 내 삶에 연결되는 셈인데, 직접 몸을 써서 내가 먹는 쌀을 내가 만든다는 게 좋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했어요. 11월 마지막 모임에선 각자 자신이 기른 쌀로 지은 밥과 반찬 하나를 가지고 모여서 품평회를 하거든요. 제겐 가장 기쁜 순간이에요.”
유씨와 논을 맞대고 있는 정호연 씨(26)에겐 벼농사는 힐링 그 자체다. 그가 심은 벼는 ‘붉은매’로 까락이 물들면 핑크빛이 도는 품종이다. 수분이 말라 조금은 검붉은 빛이 된, 허리춤까지 올라온 벼를 슬며시 훑어본다.
잘라낸 볏단을 들고 논 이랑 위에 쌓는 금창영 씨(가운데).
“까락 색깔이 선명하게 올라오는 9월에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있는데, 그때 새삼 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얼마나 예쁜지, 논 풍경만의 낭만이 있더라고요. 언젠가 조그많게 농사도 지으며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부지런히 오전 일을 마치고 찾아온 새참 시간. 참여자들은 갓 베어낸 벼향이 옷에 배인 채 둥그렇게 모여 밥과 반찬을 나눠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맛도, 모양도, 원산지도, 자라는 방식도 각양각색인 이곳의 벼만큼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채롭다. 이 모든 것이 관계가 파편화된 도시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10년간 자신의 농지에서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해온 금씨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나와 다른 타인의 모습에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그런 고민에서 벗어났어요. 좋은 것과 힘든 것을 구분하지 않고 수용하면서 찾아온 변화였던 것 같아요. 결국 성숙하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공존의 이치가 그렇듯 말이죠.”
든든히 속을 채우고 다시 논으로 향하는 참여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호롱기가 돌아가는 힘찬 소리가 논두렁 위로 울려 펴진다. 하루 종일 구름 뒤로 숨어 있던 해가 서서히 얼굴을 비추고, 자기 손으로 벼를 길러낸 사람들의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한 해의 결실처럼 빛났다.
글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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