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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T세포’ 수치를 높이거나 낮춰 각종 난치병을 고치는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노벨재단 제공



언제부터인가 10월이 되면 한국 과학계는 잔뜩 움츠러든다. 매년 이맘때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한국 과학자 가운데 딱히 떠오르는 후보가 없어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비교가 불행을 부른다고, 2000년대 크레딧포유 들어 일본인 수상 빈도가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10년 만에 일본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2명 나온 올해는 더 그런 듯하다.


1995년 조절T세포 찾아낸 사카구치 시몬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말초면역관용의 출발점인 '조절T세포'를 발견한 이 분야 개척자다 여신금융협회사이버교육 . 면역관용이란 면역계가 자기 조직이나 음식물, 장내 유익균 등에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다. 이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공격·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이나 특정 물질에 과잉 반응하는 알레르기가 생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면역관용은 태아 가슴샘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영어로 가슴샘을 뜻하는 'thymu 보금자리주택 분양 s'의 T)가 성숙하면서 자기 조직 항원에 항체를 지닌 것들을 솎아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면역관용 현상을 포괄하지 못한다. 이에 1970년대 초 저명한 면역학자인 리처드 거숀 예일대 교수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두 가지 T세포 외에 면역을 억제하는 세포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후 많은 면역학자가 억제 경상북도지방자치단체 세포를 찾는 연구에 뛰어들었으나 번번이 실패해 1980년대 중반쯤 "그런 세포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사카구치만은 포기하지 않고 연구에 매달렸고, 마침내 1995년 세포 표면에 'CD25' 단백질이 있는 T세포가 거숀이 제안한 억제 세포임을 밝혀냈다. 그러고는 해당 T세포에 조절T세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기들에 조절T세포가 지구 관여하는 현상은 말초면역관용, 가슴샘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중추면역관용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뇌에서도 말초면역관용이 일어날까.
20세기 초만 해도 뇌는 면역특권을 누리는 몇 안 되는 기관으로 여겨졌다. 면역특권이란 염증 또는 항원항체반응이 없거나 미미한 현상이다. 과도한 염증 등 면역반응 부작용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장기가 생존을 위해 차라리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대표적인 면역특권 기관은 눈이다. 거부반응 없이 누구에게나 각막이식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뇌 역시 워낙 섬세한 기관이라서 혈액-뇌 장벽이 병원체뿐 아니라, 면역세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단단한 두개골이 보호하니 상처로 인한 감염 위험성이 낮고, 뇌에 면역세포의 이동 통로인 림프관이 없다는 점도 면역특권 구역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면역세포가 혈액-뇌 장벽을 뚫고 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뉴런(신경세포)과 함께 뇌세포를 이루는 교세포의 한 종류인 미세아교세포가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드러남에 따라 뇌는 면역특권 구역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는 뇌에 림프계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로써 뇌 신경계와 면역계는 밀접한 관련이 있고 면역계 이상 또는 불균형이 다양한 뇌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렇다면 뇌에서도 조절T세포가 관여하는 말초면역관용이 중요한 역할을 할까.

뇌출혈 손상 복구·알츠하이머병 진행 억제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뇌의 조절T세포 수치가 낮다. 그 결과 자기 조직 항원을 공격하는 면역계의 과도한 반응으로 뉴런의 수초(축삭돌기를 감싸는 절연체)가 손상돼 척수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외부에서 조절T세포를 넣어주거나 몸이 더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면 증상이 완화되고 병 진행이 더뎌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절T세포는 수초를 만드는 교세포인 희소돌기아교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손상된 수초를 재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과정을 재수초화라고 부르는데, 손상된 도로를 복구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그 밖에 조절T세포는 상처나 뇌출혈로 인한 손상을 복구하는 데도 관여한다. 조절T세포가 손상된 부위로 몰려가 여러 물질을 분비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손상을 복구하는 세포를 끌어들이며 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뇌출혈 환자를 회복 수준에 따라 2개 집단으로 나눈 뒤 조절T세포 수치를 비교하자 회복이 빠른 쪽이 수치가 더 높았다.
고령화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각종 신경퇴행성질환 배후에도 조절T세포가 있다. 노화 등 이유로 뇌에 조절T세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만성염증으로 뉴런이 죽고 주변 조직이 파괴되면서 부위에 따라 특정 신경퇴행성질환이 발생한다. 치매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있는 동물 대상 실험에서는 조절T세포 수치를 높여 병 진행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조절T세포는 통증을 줄이는 작용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절T세포 수치가 높을수록 뾰족한 물건으로 찌르는 듯한 기계적 자극이 가해질 때 통증을 느끼는 민감도가 낮았다. 특이하게도 이런 효과는 암컷 생쥐에게서만 나타났는데, 여성호르몬이 관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람에게서도 같은 작용이 확인되면 여성의 통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절T세포가 언제나 이로운 일만 하는 건 아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조절T세포 역시 지나치면 꼭 필요한 면역반응조차 억제해 건강이 악화된다. 대표적 예가 암으로, 일부 암세포는 조절T세포를 불러들이고 증식을 돕는 물질을 분비한다. 그 결과 종양 주변에 조절T세포가 몰려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을 방해한다. 가장 흔한 뇌암인 교아종도 이런 이유로 치료가 어렵다.
최근 조절T세포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동물실험에서 긍정적 결과를 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과학자가 조절T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해 10년 뒤 노벨생리의학상을 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강석기 칼럼니스트는… 서울대 화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 연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를 거쳐 2012년부터 과학칼럼니스트이자 프리랜서 작가(대표 저서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로 활동하고 있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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