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우수 이수자 이순협(시안침선평생교육원장) 작가의 '누비의 시간'이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막을 내렸다. 이순협 개인전 '누비의 시간'전은 한국복식문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누비장 전승자가 '전통누비'의 계승은 물론 시대정신을 담은 글로벌 발전을 위해 지난 삶을 갈아넣은 '액주름포', '겹누비 배자', '누비 철릭', '풍차 바지', '빛과 바람 Ⅰ·Ⅱ', '장옷', '배자', '배냇저고리' 등 작품 25점으로 꾸며졌다.




이순협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우수 릴게임5만 이수자가 17세기 심익상 묘에서 출토된 겹누비 배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겉감(자미사)과 안감(문단)을 달리한 이 겹누비 배자는 출토복식 가운데, 깃머리가 세모난 매부리형 남자 복식으로는 유일하다. 솜누비가 아닌 겹누비인데도 올록볼록한 반구슬 같은 요철이 표현되어 있는 마법같은 누비옷이다.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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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 만드는데 일년 가까이 걸린 대형 누비작품 대여섯점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전시중이어서 이곳 대구 관람객들이 직접 관람하지 못했는데도 '이걸 다 한 땀 한 땀 누비로 만들었다니…"라는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난해 급작스레 타계한 국가무형유산 김해자 선생이 우수 이수자로 제대로 지목하셨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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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가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날 권영숙 부산대 명예교수(의류학), 김태연 대구대 명예교수(전통지화연구가), 정순천 전 대구시행복진흥원장, 의사 김미주, 전통요리연구가 이정숙 씨 등이 관람했다.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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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의 이번 전시는 스승 고(故) 김해자 누비장께 사사받은지 21년차에 여는 두번째 개인전으로 누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전통 누비복식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하여 전하는 작품으로는 '누비 방령'(16세기 신여관 분묘에서 출토된 남자 복식 재현. 방령은 네모 야마토연타 난 깃이 특징이다), '누비 철릭'(16C 윤선언 묘 출토복식을 ½로 축소 재현한 남자 복식이다. 철릭은 저고리와 치미가 허리선에서 연결




16세기 누비 방령 재현 작품. 솜누비로 겉감은 문단, 안감은 명주이다.





16C에 출토된 누비 철릭 재현 복식.



되어 있다.), '개당고'(16C 구성이씨 출토복식을 재현한 여자 속바지로 밑이 열린 구성으로 당이 달린 무명 솜누비이다.), '겹누비 배자'(17C 심익상묘 출토복식 재현한 남자복식으로 깃머리가 세모난 매부리형 옷으로는 유일하다. 겉감은 자미사, 안감은 문단을 활용한 겹누비 작품이다.), '배냇저고리'(17C 해평윤씨 남아 미이라 출토복식 재현 작품으로 뒤길이는 짧고 앞길이가 길다. 작은 깃 형태가 달렸다. 명주 솜누비 작품이다.) 등이 출품되었다.




17C 해평윤씨 남아 미이라의 배냇저고리. 작은 깃이 달린 명주 솜누비 작품.



또 전통누비 기법에 현대적 감성을 더하여, 우리 시대로 누비를 가져온 모습을 현대물도 다수 출품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다속 이미지를 추상적인 문양으로 표현한 '배자'이다. 이 배자는 실크에 솜을 넣고, 문양누비로 완성한 대표적인 현대물 누비이다. '액주름포'는 겨드랑이 아래쪽에 주름이 있는 남성용 현대식 누비옷이다. 하단 전체에 병머리초 문양을 누비땀으로 표현하였다.




실크에 솜을 넣고, 문양누비로 완성한 현대물 누비 배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 최미화 기자


그리고 앞으로의 누비는 어떻게 확장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오브제 작품도 선보였다.
권영숙 부산대 명예교수(의류학)는 "우리 복식을 글로벌화 할 수 있는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지녔다"라고 이순협 전승자를 소개했다.
의사인 김미주씨는 "이 선생님께 3년간 옷만들기를 배웠다"라며, "귀한 일을 전세계로 알렸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피력했고, 정순천 전 대구행복진흥원장은 "너무 자랑스럽게 우리 소중한 전통을 이어오고, 시대정신을 담으려는 대단한 작가 로 이 작가의 작품이 국내외로 더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태연 대구대 명예교수도 "철저하고 완벽한 성품과 예술적 감각을 알기에, 전통을 지키면서도 누비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누비는 단순한 바느질 기법을 넘어, 수많은 세월 동안 한 땀 한 땀 이어온 한국 여성들의 삶의 기록이자 생활의 미학이다. 한 땀씩 이어지는 누비 옷은 추위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실용성을 지니면서도,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시간, 그리고 미적 감각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드러내는 예술적 산물이었다.
"누비 전승자로서 전승활동에 대한 책임이 크기에,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운영하는 전통문화교육원 사회교육과정 세종, 대구 학습관에서 누비 교육을 진행하고 시안침선평생교육원에서 정규 누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는 "한국 누비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기에 다양한 형태로 예술과 생활 속에서 표현해 누비가 세대를 넘어 널리 사랑받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최근 큰 수술을 하고도, 누비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태우고 있는 밝히고 있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