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과 키위, 월동무 등 제주 농산물의 해외 수출을 상징적으로 담은 편집 이미지.


제주의 농산물이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제주시농협이 12일 통합 브랜드 ‘제즈머라이즈(Jesmerize)’를 앞세워 감귤, 키위, 월동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몽골 이마트로 수출했습니다.이번 물량은 감귤 16톤(t), 샤인키위 1톤, 월동무 160kg.
품목별 단일 수출이 아닌, 브랜드 통합형 패키지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입니다.이제 제주의 이름은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로 거래되고 있습니다.이날 제 주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는 선적식이 열렸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업기술원, 현지 바이어들이 함께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이마트에서는 이달 27일부터 “Hello Jeju! Let’s meet Jeju!”라는 이름의 제주 농산물 홍보전도 열립니다.



제주시농협이 2025년산 감귤·키위 수출 선적식을 열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 6단계 항로를 뚫은 제주의 실무력이번 수출은 ‘제주 → 부산 → 텐진(중국) → 엘렌하오터(중국) → 자민우드(몽골) → 울란바토르’로 이어집니다.
총 6단계, 세 나라를 거치는 복합 항로입니다.몽골은 내륙국가라 중국 지방정부의 통관 승인 없이는 한 상자도 넘길 수 없습니다.
선적 역시 텐진항 지방정부의 임시 승인으로 어렵게 성사됐습니다.문종찬 제주시농협 경제상무는 “칭다오 직항로가 열렸지만, 중국 지방정부의 통관이 승인되지 않으면 항로를 사용할 수 없다”며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부산과 텐 진항을 거치는 복합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제주에서 부산까지 냉장 컨테이너 한 대(20피트 기준)를 운송하는 데 약 300만 원이 듭니다.
이 비용은 단순 운임이 아니라 ‘섬의 한계’가 만든 구조적 비용입니다.생산자단체가 감당하기엔 과도한 수준이며, 행정이 해소해야 할 정책 과제입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이마트 매장에 진열된 제주산 감귤. (제주시농협 제공)


■ 칭다오 직항로의 현실, 열렸지만 안정되지 않은 길칭다오 직항로는 제주의 수출 물류를 바꿀 핵심 축으로 주목받았지만,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항로는 열렸지만 중국 지방정부의 통관 승인 절차가 늦어, 실제 운항은 불규칙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결국 제주는 다시 부산을 거쳐 텐진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비효율적 경로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물류비는 생산자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섭니다.



제주~칭다오 신규항로에 취항한 화물선 (제주도 제공)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수출 확대는커녕 항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항로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물량이 따라붙지 않습니다.통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수출업체는 장기 계약을 맺지 못하고, 항로 또한 존속 명분을 잃습니다.
항로와 물량, 행정이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가 완성돼야 수출이 지속됩니다.■ ‘제즈머라이즈’, 제주의 수출 방식을 바꾸다이번 성과의 핵심은 물량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입니다.
제주시농협은 2019년 ‘제즈머라이즈’를 출범시켜 감귤, 키위, 채소류를 하나의 통합 브랜드로 묶었습니다.
그 결과 ▲농식품부 지정 감귤류 전문생산단지 ▲뉴질랜드 검역단지 지정 ▲Global GAP 인증 ▲aT 최우수 단지 선정 등
‘생산–검역–브랜딩–수출’을 일원화한 국내 유일의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은 “제즈머라이즈는 제주의 농산물을 세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이름이자 신뢰의 약속”이라며 “이제는 품목이 아니라 브랜드로 경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APEC이 연 기회, 제주 모델은 이미 국제 무대에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제주산 돼지고기와 한우의 수입을 공식 승인했습니다.
이는 제주산 축산물이 국제 검역 기준을 통과한 첫 사례이자, ‘브랜드 제주’가 농산물을 넘어 축산물까지 확장된 계기입니다.조원식 aT 제주지역본부장은 “제주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며 “이제는 그 신뢰를 지탱할 물류·통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를 영접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 러시아에서 배운 교훈 “시장보다 시스템이 먼저”2021년 중국산 감귤 수출이 검역 문제로 중단되자 제주 감귤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그해 수출량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해상 물류가 마비되며 수출은 즉시 멈췄습니다.
계약은 남았지만 대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이 사건은 “국가 시스템이 멈추면 시장도 멈춘다”는 냉정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지방정부의 역할, 이제 ‘지원’이 아니라 ‘보장’이어야제주는 이미 농산물 수출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행정의 속도입니다.칭다오 직항로가 열렸지만, 중국 지방정부와의 통관 협약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이대로라면 제주는 앞으로도 부산과 텐진항을 경유하는 비효율적 항로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물류비 300만 원은 생산자가 감당할 비용이 아니라 행정이 해소해야 할 정책 리스크의 금액입니다.제주도정이 직접 중국 지방정부와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항만별 협력 협약을 체결해야 합니다.“중앙이 나서야 한다”는 말은 이제 설득력이 없습니다.
행정이 현장을 따라잡지 못하면, 제주는 다시 ‘섬의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몽골 수출을 앞둔 ‘제즈머라이즈(Jesmerize)’ 브랜드 감귤과 키위 상자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제주는 이미 해냈다. 이제 도가 답해야 할 때”제주시농협은 불가능해 보이던 항로를 실무로 뚫었고, 감귤·키위·채소를 하나의 브랜드로 수출하는 체계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Hello Jeju’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 대륙 항로 위에서 증명된 문장입니다.제주는 이미 길을 냈습니다.
이제 그 길을 지키는 일은 행정의 몫입니다.길은 열렸고, 이제는 정책이 그 길을 잃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