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중창했던 기림사의 대적광전. 조선시대 중창해 보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원효는 태어나면서부터 질문에 시달렸다.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게 옳은 일인지. 머리를 깎으면서 끝없이 일어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걷고 또 걸었던 길이 그의 삶이고 종착역이었다.
그가 자라게 했던 집을 초개사로 꾸미고, 태어난 길섶에 사라사를 지었다. 절은 질문을 나열하고, 답을 찾아가는 길목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해답이 떠오를 때마다 희망의 백경게임 별빛이 가슴을 적셔왔다.

원효의 목적은 자신만의 삶이 아니었다. 자신처럼 고뇌의 늪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부처님의 자비가 넘쳐나는 세상이었다. 누구나 관세음보살만 암송하면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밝은 태양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효의 깨달음은 세상의 빛이 됐 야마토게임방법 다.




기림사 사천왕문.


◆신화전설 1: 원효 기림사로 가다
서기 7세기 중반 신라의 불교는 황룡사구층목탑의 완공과 더불어 호국불교의 터전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심의 바다이야기합법 진중함과는 달리 백성의 삶 곳곳엔 여전히 미혹과 고난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러한 어둠을 걷어내는 것이 원효가 바라는 종래의 목적이었다.
신라의 동쪽 경계 동해와 토함산 사이의 깊고 맑은 골짜기 안에는 한 낡은 절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경주시 양북면 함월리에 위치한 기림사였다.
기림사는 원효가 광유선승이 지은 야마토게임다운로드 임정사와 인도 마가다국의 최초 사찰인 기원정사의 첫 글자를 따 중창한 사찰이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법흥왕 때(6세기 중반) 인도에서 온 광유선사가 창건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후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임정사는 쇠락해 갔고, 그 옛 자취만이 바람 속에 남아 있었다.
그때 한 고승이 다시 그 땅을 찾았다. 그가 바로 원효였다. 당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나라로 향하던 길목에서 해골 물을 마시고 문득 삶과 법의 경계를 깨닫고 귀국한 도승이다. 원효는 오랜 방랑 끝에 동해로 향했다. 그가 동해를 찾은 것은 단지 마음의 정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곳 신라와 태양이 가장 가까운 땅에서 불법이 다시 피어나길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서 거대한 법의 불길을 찾아 일으켰다.

임정사에 도착한 원효는 깊은 산중의 옛 법당 앞에 서서 한참을 침묵했다. 폐허가 된 사찰엔 풀과 바람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탑과 법당은 무너져 있었지만 그 자리엔 여전히 불국정토의 씨앗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원효는 깨달았다. 그자리에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었다.




기림사 나한전 앞의 삼층석탑. 일제강점기 장군샘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이건했다.


원효는 그곳에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광유선승을 만났다. 그 선승은 검은 옷을 입고 동방의 산속에서 고요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하고 있었다. 선승은 원효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찾는가?" 원효는 대답하지 못했다.
선승은 다시 말했다. "불법은 길 밖에 있지 않다. 그대가 지금 밟고 있는 땅, 그곳이 바로 도량이니라." 꿈에서 깨어난 원효는 천천히 불법을 일으킬 도량을 중건하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법당을 다시 짓고, 탑을 세워 신라의 땅에 불국토의 원대한 이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중창은 단지 물리적인 복원만이 아니었다. 기림사의 부활은 곧 원효 자신의 득도와 회향의 상징이었다. 신라 불교 중흥의 반석이 됐다.
기림사에서의 원효는 단순한 승려가 아니었다. 그는 노동하며 벽을 쌓았고, 백성들과 함께 나무를 날라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동여매었다. 땀을 흘리면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동해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소금기에도 사유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기림사에서 주석하던 중 '일체유심조'의 사상이 더 깊이 자리잡았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이 단순하지만 심오한 깨달음은 당나라 유학보다 훨씬 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당시 신라의 귀족 중심의 불교에서 원효는 화쟁사상을 주창하며 교종과 선종의 장벽을 허물었다. 기림사는 그 사상의 동해 거점이 됐다. 그는 기림사에서 백성들에게 불법을 설파하면서 그들의 마음에 평화를 심어갔다.

기림사의 중창은 곧 신라 불교문화의 부흥을 의미했다. 바닷길을 통한 국제적 불교 교류의 거점으로도 주목받게 된다. 이후 원효의 정신은 후학들에 의해 널리 계승 전파되면서 대중불교를 꽃 피웠다.




기림사 사적기에 나타나는 헌다 벽화가 그려진 약사전.


◆흔적: 기림사
기림사는 최근 한수원 본사가 들어선 이웃 경주 양북면 호암리의 토함산, 함월산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기림사 창건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와 기림사사적기, 기림사중창기 등에 기록돼 있다. 기림사는 선덕여왕 12년 643년에 천축국에서 온 승려 광유에 의해 창건됐다. 당시 임정사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원효대사가 중창하고 기림사라고 이름을 고쳤다.

고려시대 기림사는 대선사 각유 국사가 주지로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려시대 불교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컸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또 기림사의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상에서 발견된 복장전적 등에서 교학의 진흥에 많은 힘을 기울였던 사찰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시대 승병들의 거점지역이었던 응남전.


기림사는 창건 당시부터 대규모의 사찰로 신라 호국불교와 대중불교 중심에 있었다. 불국사보다 먼저 창건되면서 불국사를 비롯한 인근지역의 사찰들을 말사로 두고 고려시대에도 지역 불교계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림사의 조선시대 역사는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현존하는 불상과 유물들도 대부분 조선시대 조성된 것들이다. 기림사는 조선 선조 11년과 철종 13년에 중창됐다. 1862년 철종때 113칸의 기림사 당우가 화재로 소실됐다. 이듬해 중수를 거쳐 1905년 다시 중수됐다.

일제강점기에는 기림사가 경주 일대에서는 가장 큰 절로 불국사를 말사로 두었다. 지금은 반대로 불국사의 말사로 등록돼 있지만 당시 기림사의 규모는 동해안 지역에서 가장 큰 절로 이름 높았다.




기림사의 마시면 마음이 고요하게 된다는 화정수.


◆스토리텔링: 오정수 전설
기림사에는 '오정수'라는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신기한 힘을 가진 약수가 있었다고 전한다. 단맛을 내는 찻물로 으뜸이라는 감로수, 마음이 편안하게 되는 화정수, 몸이 커지고 힘이 장군이 된다는 장군수, 눈이 맑아진다는 명안수, 물빛이 너무 좋아 까마귀가 쪼았다는 오탁수가 바로 신비의 약수로 전해지고 있다. 장군수는 선조들이 이물을 마시고 힘이 좋아질 것을 두려워해 왜병들이 석탑으로 막았다고 전한다.
오정수 설화는 원효로부터 시작된다. 기림사를 중창하던 당시 가뭄이 5년째 지속되면서 계곡마다 물줄기가 말라버렸다. 농사는 물론 먹는 물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한창 기림사 중창에 몰입 중이던 원효도 농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사태를 알아차렸다.

원효는 흙손을 씻고, 옷 매무새를 고치고 토굴로 들어가 정좌했다. 사흘 밤낮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그믐달이 정수리에 걸리는 무렵 난데없이 번개를 동반한 우뢰가 천지를 진동하게 했다. 더불어 하늘에서 구멍이 난 듯이 비가 쏟아져 내리고 기림사 다섯 곳에서 물줄기가 터져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함월산기림사 일주문.


사흘 동안 비가 쏟아지던 하늘이 개이고 햇살이 눈부신 열흘이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움이 트고 들녘이 푸르게 변했다. 기림사에서 솟아오르던 물줄기는 얌전하게 샘물이 돼 곳곳에서 향기가 넘쳐 흘렀다.
기림사 중창에 나섰던 일꾼들의 눈에는 총기가 넘치고 비실거리던 노인들도 어디에서 힘이 솟았는지 버지기솥 만한 돌도 번쩍번쩍 들고 다녔다. 기림사 오정수에서 솟는 샘물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가 절 입구를 가득 메웠다.

기림사에서 시작된 샘물은 아무리 길게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샘이 돼 강으로 흘러 농사를 비옥하게 하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물을 마신 백성들은 병을 치유하고 농사에 쓸 물을 얻었으며, 수행자들은 마음이 맑아지고 눈이 밝아져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됐다.




기림사가 주변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지은 찻집 기다림.


원효는 "이 물은 다섯 방위의 법수이니 누구든 마음껏 마시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마음을 갖도록 하라"며 절문을 활짝 열었다.
지금도 기림사에는 이 다섯 우물이 전해지고 있으며, '오정수'라는 이름으로 사찰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간직되고 있다. 불가에서는 이를 다섯 가지 번뇌를 씻는 상징으로 보며, 신도들은 우물에 손을 씻고 마음을 다스리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기림사에서의 시기는 원효에게 있어 수행의 절정기였다. 그는 여기서 불법을 다시 정립하고 사상적 통합의 기초를 닦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의 깨달음은 정착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는 곧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후 경주 남쪽의 골굴사와 양산 통도사, 의상대, 분황사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원효는 늘 백성과 함께하며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평생을 걸었다.
기림사는 그 길의 중간에 있었던 중요한 고갯마루였다. 동해의 바람 속에서 불법의 근원을 다시 찾은 곳, 신라 불교가 중생의 삶으로 정착하고 확산되는 출발점이었다.
오늘날 기림사는 국가 사적 제415호로 지정돼 있으며 원효의 깨달음이 깃든 곳으로 많은 이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이곳은 단지 고찰이 아닌 한 사상가의 내면 여정이 서려 있는 장소이다. 바위 아래의 다섯 샘이 여전히 솟아나는 기림사에서 고승이 깨달음을 얻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
불법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이 땅, 이 마음 안에 있다. 그 가르침을 원효는 분황사에서, 고선사에서, 황룡사에서, 기림사에서 남기고 또 더한 고행을 이어가는 끊임없는 질문의 길을 걸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이 글은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해 스토리텔링 한 것이므로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