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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 포 애니멀스(AfA) 콘퍼런스’ 사전 행사장에 개구리 인형이 등장했다. 50명의 참가자 가운데 개구리 인형을 손에 쥔 한 사람이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저희 시민들은 이런 동물학대 콘텐츠에 분노와 혐오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무력감을 느낍니다. 어떻게 이런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버젓이 유통되는 거죠?” 개구리 인형이 정책 담당자에게 던져졌다.
‘정책 그룹’ 참가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dti계산법 종이에 답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해당 국가에도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유럽연합(EU) 지침을 참고해 선제 대응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서비스 제공자인 소셜미디어에 책임을 묻겠습니다.” 개구리가 ‘소셜 그룹’에 넘어가자 한 참가자가 “그냥 노코멘트라고 할까요?”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이들(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자주 취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말은 그 한국무역보험공사 렇게 했지만, 이내 여럿의 상의를 거쳐 “새로운 전담팀을 꾸려 대응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자 질타가 쏟아졌다. “우린 이미 대응 중이란 답을 듣고 싶어요!” 그러자 한쪽에서 송곳 같은 지적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애초에 시민(대중)은 왜 저런 학대 영상을 돈 주고 주문한 거죠?”



팀워크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 동물학대 연합’이 개최한 워크숍에 나타난 개구리 인형. 김지숙 기자


열띤 토론이 벌어진 곳은 콘퍼런스를 개최한 ‘아시아동물연합’이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 동물학대 연합’(Social Media Animal Cruelty Coalition·SMACC)이 이날 혼합상환 개최한 워크숍 자리다. 아시아동물연합은 전세계 400여개 동물단체가 연합한 네트워크로, 2년마다 콘퍼런스를 열어 다양한 동물 문제에 대한 현황과 해법을 공유한다.
이날 워크숍은 온라인상의 동물학대 사건을 주제로, 각각 시민·비영리단체·소셜미디어 사업자·정책 담당자가 문제 해결과 대응을 위한 역할극을 벌인다는 설정으로 진행됐다. 8~9명이 하나은행인터넷뱅킹 한 조가 되어 역할을 맡고, 해당 사건을 취재 중인 기자에게 제공할 성명을 작성한 뒤 서로의 질문에 답한다는 콘셉트다. 경쾌한 진행을 위해 개구리 인형이 도입됐지만,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주최 쪽은 워크숍에서 다룰 사건의 개요를 이렇게 설명했다. 2023년 8월 한 기자가 유럽 동물단체로부터 제보 메일을 받는다. 그 내용은 불가리아인으로 추정되는 두 명이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등 작은 동물을 고문한 뒤 이 영상을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곳곳에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영상을 제작·공유할 뿐 아니라 100~400유로(약 16~65만원)를 받고 다른 사람이 주문하는 ‘맞춤형 고문’을 자행했다. 내부제보자는 이를 신고하려 했지만,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와 화이트해커팀의 집요한 추적 끝에 논란이 되고, 범인들이 검거되기에 이른다.
이는 실제로 불가리아에서 최근 벌어진 동물학대 사건을 설명한 것이다. 참여형 워크숍이 마무리된 뒤 스맥(SMACC)팀은 “지난 3월 범인들은 신속하게 경찰에 체포됐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면서 “이에 그치지 않고 수천만 명의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올해 7월 불가리아 정부가 처벌을 최대 징역 5년에서 12년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례로 사건을 톺아보는 워크숍을 연 이유는, 오래된 동물보호단체에게도 소셜미디어 동물학대 범죄는 대응이 까다롭고 낯선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콘퍼런스 장소인 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니콜라 오브라이언 스맥팀 선임 코디네이터는 한겨레에 “소셜미디어 동물학대 범죄는 국경을 초월하는 새로운 형태의 학대 범죄”라며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맥팀은 동물학대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동물에게 즉각적이거나 장기적인 신체적·심리적 해를 끼치거나 고통을 주는 인간의 행위”로 정의한다. 김지숙 기자


예컨대 불가리아의 사례처럼, 지난 2023년에는 영국·미국·호주에 사는 수백 명의 사람이 인도네시아 등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아기 원숭이를 학대·살해하도록 사주하고, 이런 영상을 조직적으로 판매하는 범죄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스맥은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전세계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처음 꾸려졌는데 현재는 37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학대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동물에게 즉각적이거나 장기적인 신체적·심리적 해를 끼치거나 고통을 주는 인간의 행위”로 정의하고, 세부적으로는 △동물을 육체적·심리적으로 괴롭히고 고문하기 △죽음을 야기하거나 연기하는 행위 △동물을 산 채로 섭취하는 행위 △연출된 가짜 구조 영상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소비하기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맥팀은 그동안 연대 단체들에 동물학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침·도구 등을 제공하고, 문제 콘텐츠의 처리 가이드라인을 안내하는 일을 해왔다. 메타·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들과도 직접 소통하면서, 동물학대 유형과 대응 사례를 취합해 해마다 1~2차례 보고서도 발간해왔다. 그러나 “기존에는 가입 단체들의 사무국 역할이 주요했다면, 이제 하나의 동물보호단체로서 활동이 강화되는 추세”라는 것이 오브라이언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워낙 소셜미디어상의 동물학대 콘텐츠가 늘어나고,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 강화와 시민 교육이다. 그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생각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동물보호단체가 모든 콘텐츠를 검토할 수 없지만, 시민은 학대 영상을 발견한 즉시 신고함으로써 단체의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학대에 힘을 보태지 말라’(Don’t Feed the cruelty)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학대 인지하기’, ‘좋아요·댓글 등 반응하지 않기’, ‘신고하기’라는 3단계 행동 요령을 홍보 중이다.



니콜라 오브라이언 스맥팀 리드 코디네이터가 활동가들과 소통하고 있다. 아시아동물연합 제공


4년이라는 길지 않은 활동 기간에도 성과가 없지 않았다. 2023년 만들어진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은 이전엔 동물학대 콘텐츠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문제제기로 추후 유해콘텐츠에 포함됐고, 틱톡과의 꾸준한 소통으로 몇몇 정책 수정을 이뤄냈다. 틱톡은 소셜미디어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동물복지 안전 센터’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다만 동물학대 콘텐츠의 87.5%가 발견(2024년 기준)되는 페이스북은 “여전히 좌절을 느끼게 한다”고, 오브라이언 코디네이터는 설명했다.
오는 10월 16~17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소셜미디어 사업자들도 참석하는 ‘글로벌 서밋’을 열어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분야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길고양이 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던 것을 알고 있다”면서 “더 많은 단체가 스맥에 가입해 연대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타이베이/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