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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리대길 2피치. 김종오 강사가 크랙 속에 넣을 캠을 고르고 있다.


암벽등반 초보자가 오를 수 있는 울산바위 암벽루트는 한정적이다. '문리대길'은 '비너스길' 오른쪽에 있는 '계단슬랩'과 함께 대표적인 초심자 루트이다. 울산바위 암벽의 가장 인기 있는 루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고난이도 5.9로 표기되어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 개념도 상 7피치로 끊어지는 루트지만 총 9피치로 나누어 등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치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동작과 까다로운 크랙 라인으로 만만치 않은 등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계상승차트
속해서 이어지는 크랙과 침니 등반에 힘을 많이 써야 하는 구간이 연속적으로 나와 체력과 지구력이 요구된다. 크랙 등반은 바위가 갈라진 틈새를 따라 오르는 방식이며, 침니는 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틈새를 부르는 말이다.
울산바위 '문리대길'은 1950년대 서울대 문리대 산악회에서 개척했다. 문리대 산악부는 1950년대부터 울산바위주식투자고수
등반을 매년 이어오며 문리대 1~6번 길을 개척했다. 현재 번호 없이 '문리대길'이라 불리는 루트는 '문리대 4번길'로 중앙계단에서 오른쪽으로 1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한다. 과거에는 철계단이 바로 옆에 있어 등산객들의 소리에 어수선해 많이 등반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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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리대길 첫 피치를 선등하는 김종오 강사. 크랙이 끝나고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볼트가 있다.


온 몸을 크랙에 넣고 조금씩 전진
새벽 5시, 소공원에 도착해 자일을 넘겨받으며 배낭을 꾸린다. 어깨는 무거운데 마음은 설레며 발걸음이 가볍다. 어프로치를 시작하고 한 시간 남짓. 울기업분석자료
산바위 화장실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울산바위의 모습은 사람을 벅차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루재에서 인수봉을 올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반대편 미시령 쪽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밀려올 것 같은 파도 같은 느낌이라면, 등반 루트가 고스란히 보이는 소공원 방향에서 보는 울산바위는 세상 무슨 일이 생겨도 굳건히 자리를무료주식강의
지킬 것 같은 든든한 자세를 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등반 라인을 눈으로 훑어보며 거칠게 살아 있는 울산바위의 감촉을 미리 느껴본다.
첫 피치 시작지점에는 밟고 올라가라 쌓아 놓은 돌탑이 있다. 발홀드 없이 손바닥으로 바위 턱을 누르고 올라가 크랙의 밑부분을 잡는 것까지가 크럭스다. 이후 크랙을 붙잡고 올라야 하는데 벙어리성 크랙이라 힘이 많이 든다. 벙어리성 크랙은 밖으로 갈수록 벌어지는 크랙으로 마땅히 잡을 만한 홀드가 없고 몸을 집어넣기도 어려워 등반하기 까다롭다. 크랙 깊숙이 발을 꽂고 레이백 자세로 벽을 오른다. 전날 온 비 때문에 발이 밀려 크랙 윗부분을 잡기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첫 동작에서 추락할 경우 바닥을 칠 수 있다. 선등자 후등자 할 것 없이 스팟(등반자가 추락할 때 크게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는 동작)을 봐주는 것이 좋다.
이후로는 바깥으로 벌어진 크랙이 길게 이어진다. 벌어진 크랙의 각이 커 날등을 타고 가기가 쉽지 않다. 결국 크랙 안으로 파고들어 오르는 방법을 택한다. 발 재밍으로 오르는데 추락이 두려워 어깨까지 깊숙이 넣었더니 몸 전체가 크랙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느 정도 오른 후에 날등을 넘어 크랙을 빠져 나와야 하는데 마땅한 홀드가 없어 애를 먹었다. 크랙이 끝나고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볼트가 있다.
"완료" 40m 정도 되는 첫 피치를 오르고 나니 숨이 가쁘고 가슴도 터질 것 같다. 잔뜩 겁을 먹고 크랙 사이에 마구잡이로 꽂아 넣어 상처가 난 무릎이 아프다. 해풍에 깎여 나간 울산바위의 표면은 마치 유리조각들이 박혀 있는 것처럼 거칠다. 바위가 살아 있는 듯하다. 날카로운 바위의 촉감을 느끼니 울산바위에 올라탄 것이 실감 난다.
2피치 또한 크랙이다. 크랙의 너비가 적당해 손발 재밍이 어렵지 않다. 손과 발을 번갈아 크랙 속에 집어넣으며 조금씩 올라간다. 왼손, 오른발, 오른손, 왼발, 차근차근 적당한 자리를 찾아 넣고 비튼다. 꽂아 넣은 손에 힘을 주어 당기고 비틀어 고정시킨 발에 온전히 일어나는 매순간 쾌감이 느껴진다. 동작마다 고통이 함께한다. 꽉 들어맞는 암벽화 속의 발이 깨질 것만 같다. 즐거운 고통이다. 첫 피치에서 대차게 추락을 한 후라 잔뜩 기가 죽어 있었다. 2피치의 크랙을 차곡차곡 만족스럽게 오르고 나니 다시 자신감이 조금 차오른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왼쪽으로는 달마봉이, 저 멀리는 대청봉도 보인다.



2피치 크랙 뒷구간을 오르는 김종오 강사.


선등자는 크랙에 캠을 설치하고 오르며 크랙이 끝나면 쌍볼트가 나온다. 서울등산학교 김종오 강사는 망설임이 없이 정확하고 깔끔한 동작으로 1, 2피치를 선등했다. 문리대길을 수없이 올랐을 그의 등반은 동네 담벼락을 오르는 고양이 같다. 힘들이지 않고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매 피치를 오른다.



3피치 시작지점. 김종오 강사가 로프를 사리며 후등 빌레이를 볼 준비를 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3피치의 모습에 잠시 생겼던 자신감이 그대로 기어들어간다. 3피치는 너비가 애매한 반침니로 발재밍과 스테밍stemming을 적절히 사용해 올라야 한다.
"여기를 어떻게 올라가죠?"
선등자의 깔끔한 등반을 보고 걱정은 더욱 커졌다. 후등으로 따라온 서울등산학교 박준규 강사가 발자리를 콕콕 집어준다.
"잘 보면 왼발 홀드가 다 있어요. 해봐요 차근차근. 긴장은 하지만 쫄지는 말자!"
위에서 들리는 "완료" 소리에 심장이 쿵쿵 거린다. "출발"을 외치니 "대기"하는 에코가 돌아온다. "대기"를 복창한 후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멀티피치 등반의 묘미다. "출발" 소리가 들리면 숨을 한번 가다듬고 등반을 시작한다. 왼발을 왼쪽 벽의 포켓 홀드에 정확히 찍고 오른발을 재밍하며 오른다. 애매한 너비로 벌어진 크랙 사이로 어깨를 집어넣어 밀며 올라간다. 생각보다 괜찮은 왼발 홀드에 어렵지 않게 앞구간을 오를 수 있었다. 크랙이 좁아지는 뒷구간에서는 밖으로 빠져나와 레이백으로 전환한다. 슬랩 확보 지점에 확보를 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3피치는 너비가 애매한 반침니 구간으로 시작되어 위로 갈수록 조금씩 좁아진다. 힘이 많이 드는 구간으로 초집중해야 한다.


문리대길 3피치에는 볼트가 없다. 몸이 들어갈 정도로 넓은 크랙이라 위로 조금 올라와야 캠을 설치할 수 있다. 위로 올라올수록 크랙이 좁아지고 5호 혹은 6호 정도의 캠을 설치할 수 있다. 3피치 확보지점에 서면 오른쪽으로 문리대길 5번 침니가 보인다. 짧게 크랙을 따라 오르다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여 크랙을 따라 오르는 것이 4피치다. 왼쪽으로는 넓고 가파른 슬랩 벽이 평온하게 펼쳐진다.



3피치 반침니 구간을 등반하는 박준규 강사. 확보물을 회수하며 등반하고 있다.





3피치 크랙 마지막 구간에서 다리를 벌려 확보지점으로 넘어가고 있다.


4피치는 경사가 가파르지만 바위 결이 좋고 슬랩구간 중간에 볼트가 있어 심리적 부담감이 덜하다. 크랙이 끝나고 이어지는 슬랩 트래버스 구간이 아찔하지만 발 홀드가 좋아 한 동작만 넘기면 오른쪽 크랙에 닿을 수 있다. 이후로는 레이백으로 크랙을 뜯으며 오르다 넓어지는 크랙에 몸을 넣어 확보지점까지 오른다. 위로 쭉 뻗은 침니가 아름답다. 내려다보니 이어지는 크랙 라인이 예술이다. 김종오 강사는 '매 피치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물해 주는 것이 문리대길의 매력'이라고 한다.



4피치를 오르는 김종오 강사. 슬랩 트래버스 구간을 넘어가고 있다.


9피치까지 계속 이어지는 크랙 라인
이후 볼트가 박혀 있는 5피치는 짧은 인공등반 구간이다. 6피치는 오른쪽으로 열리는 크랙이 두 개 나란히 있는 쌍크랙 구간인데 후등의 경우 오른쪽 크랙만 사용해 레이백하는 것이 쉬울 수 있다. 7피치는 슬랩 뒤로 칸테를 넘어가야 하는 구간이 있다. 이때 슬링을 길게 연결해 줄 유통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크랙을 따라 짧게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해 이동한다. 꺾이는 부분에 3호캠을 하나 설치한 후 피아노 치듯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재밍과 레이백으로 오르다 마지막 짧은 트래버스가 있는 8피치가 끝나고 짧은 9피치 크랙을 오르면 정상 도착이다.
정상에 도착하면 울산바위 정상의 시그니처 곰바위가 반긴다. 9피치 긴 등반의 끝이다. 대부분 곰바위와 뽀뽀하는 모습을 찍는 게 전통 같은 포즈였지만 점차 코를 쓰다듬는 포즈, 콧구멍을 찌르는 포즈 등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잠시 정상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하강을 준비한다.



4피치 완료 지점에서 로프를 정리하고 있다.


울산바위에서 내려와 소공원으로 돌아오는 길, 알싸한 크랙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 크랙에 손발을 꽂고 오르던 순간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된다. 울산바위의 매력에 중독된다.
"한 코스 더 갈까?"
"좋아요!"
문리대길 어프로치



출처 네이버 지도(https://map.naver.com/)


울산바위 암벽등반 어프로치는 길이 좋아 비교적 힘이 들지 않는 편이다. 속초시 설악동에 위치한 설악산 소공원에서 시작해 '울산바위 전망대' 쪽으로 오른다. 신흥사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오르다보면 '울산바위 화장실'을 만나게 되고 이후 유명한 흔들바위와 계조암이 나온다. 소공원부터 흔들바위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울산바위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다보면 울산바위 표지판이 나온다. 울타리를 넘어 표지판 뒤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문리대길 시작점에 도착할 수 있다.
문리대길 하강정상에서 곰바위 12시 방향으로 이동하면 쌍볼트 하강 포인트가 나온다. 거대한 바위 틈에 커다란 촉스톤이 촘촘히 박혀 있어 복잡한 하강길이다. 정상에서 테라스로 하강해 한 번 끊고 두 번으로 나누어 하강한다. 바위 틈새가 많아 로프나 장비가 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낙석에 조심해 하강한다. 하강 후에는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거나 하강한 방향으로 울산바위를 따라 이동해 전망대 계단으로 하산하는 방법이 있다.
루트 개념도 및 피치별 난이도






등반장비 : 퀵드로 10개, 캐밍장비* 1조 및 슬링 등, 개인장비
*캐밍장비 SLCD (Spring-Loaded Camming Device) : 흔히 '캠'이라고 불리는 캐밍장비는 암벽등반에서 바위틈에 설치해 추락 시 등반자가 바닥을 치지 않도록 해주는 확보물의 일종이다. 스프링이 설치되어 있어 오므렸다가 펴지는 힘으로 바위틈에 고정된다. 설치와 회수가 가능해 바위를 훼손하지 않고 등반할 수 있는 장비이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